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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타스님─방귀기운이 위로 올라 갔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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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법명사 댓글 0건 조회 948회 작성일 14-06-0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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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기운이 위로 올라 갔으니▒

-일타스님-

기도는 정성을 모으는 것입니다.
따라서 모든 기도는 지극한 마음(至心)으로 시작하여
지극한 마음으로 끝맺음을 해야 합니다
부처님 앞에서 기도를 올릴 때뿐만이 아니라 기도 전 의
마음가짐부터 지극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예로서 나의 부모님께서 생남불공(生男佛供) 을 드리러
다니던 때의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불심이 매우 깊었던 우리 부모님은 자식들을 낳기 위해 절을
찾아다니며 정성을 다해 기 도를 드렸습니다.
하지만 부처님께 기도를 올릴 때만 정성을 기울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수 확한 첫 쌀을 부처님께 가장 먼저 바쳐야 하는 것으로 여겼던
부모님들은 농사를 지을 때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공양미를 수확하는 논밭에는 대변을 주지 않고,
'관세음보살'과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을 부르면서
고운 풀만 베어다가 거름으로 사용했습니다.
또 벼가 다 익으면 낫으 로 베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직접 벼를 훑어 방아를 찧었습니다 .
이렇게 수확을 하고 나면 아버지 법진(法眞) 거사는 손수 만드신
무명베 자루에 쌀을 한 말 담습니다.
그리고 깨끗한 무명옷으로 갈아입으신 다음,
그 쌀을 지게에 얹어 마곡사 대원암까지 짊어지고 가서 불공을
드렸습니다. 집에서 절까지는 80리 길인데,
그 먼 길을 생남기도를 위해 다니셨던 것입니다.
한번은 평소와 같이 쌀을 짊어지고 마곡사 대원암으로 향하였는데,
그날따라 마침 배가 사르르 아픈 것이 자꾸만 방귀가
나오려는 것이었습니다. 억지로 참고 또 참으며 가다가,
대원암을 10리 남겨 놓은 지점에서 시냇물을 가로지르는
징검다리를 건너뛰다 그만 방귀를 뀌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아,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러 가다가 방귀를 뀌다니!
가벼운 방귀 기운이 이미 위로 솟아 쌀로 올라갔을 것이 아닌가?'
방귀 기운이 섞인 쌀로는 공양을 올릴 수 없다고 생각한 아버지는
그 쌀을 도로 짊어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다른 벼를 손으로 훑어 방아를 찧은 다음,
그 쌀을 새 자루 에 넣어 다시 80리 길을 걸어서 불공을
드리러 가셨다고 합니다.
기도하기 전의 정성이 이러했거늘
기도할 때의 정성은 어떠했겠습니까? 또
이렇게 정성 을 다한 기도 끝에 저를 낳았으니,
부모님의 은혜를 어떻게 다 말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분명 알아야 합니다 만약 우리가 기도하러 가는 마음가짐을
이렇게만 가진다면 그 기도는 이미 이루어진 것이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기도는 정성입니다. 내 정성을 내가 기울이면서 불보살님께
기원하는 것이 기도입니다.
내 정성 내가 들이고, 내 불공 내가 드리고, 내 기도는 내가 하고,
내 축원은 내가 해야 참 불공이요 참 기도입니다.
남이나 스님네가 대신 해주는 것은 모두가 반쪽이기 때문에
결실 또한 늦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도의 시작부터 끝까지 제 정성을 제가 남김없이 바칠 때
부처님의 자비 광명이 환히 비쳐 오게 되어 무명업장(無明業障)이
소멸되고, 기도성취는 저절로 뒤따르게 되는 것입니 다.
우리 모두 마음을 지극히 모아 내 기도를 내가 하는 불자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부처님 께서는 틀림없이 우리를 기특히 여기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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