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명사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숫타니파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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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법명사 댓글 0건 조회 763회 작성일 14-06-0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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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한 세월의 변화가 내가 가진 것을 다 앗아가더라도 가지고 있을 때와 다름없이 평화롭고 든든하게 살 수 있어야 한다.


<숫타니파타>에는 소치는 사람과 부처님이 교대로 만족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소치는 삶은 처자를 거느린 사람으로 현실에 만족하고 있고 부처님은 처자가 없이 모든 속세를 초탈한 스승으로 평화로워하고 있다. 그래서 소치는 사람과 부처님이 현재의 흡족한 상태를 이야기하고는 '그러니 하늘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라는 구절을 반복해서 붙인다.
'궂은 일에 대한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으니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아무런 걱정이 없다.'는 뜻이다.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라는 구절이 계속 나오므로 듣기에 따라서 지루할 수도 있지만 필자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말과 함께 이 구절을 좋아한다. 여러분도 좋아하게 될 것이다.

소치는 사람이 말한다.

나는 이미 밥도 지었고 우유도 짜 놓았습니다.
마히 강변에서 처자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내 움막은 이엉이 덮이고 방에는 불이 켜졌습니다.
그러니 하늘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이의 대구로 부처님이 말씀하신다.

나는 성냄과 미혹을 벗어 버렸다.
마히 강변에서 하룻밤을 쉬리라.
내 몸은 하늘을 지붕삼고 탐욕의 불은 꺼져 버렸다.
그러니 하늘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마히 강변에 처자와 함께 사는 소치는 삶은 밥과 우유·등불이 준비되어 있어서 아무런 걱정이 없다. 반면에 마히 강변을 건넌 부처님은 탐진치(貪瞋癡) 삼독의 불은 완전히 꺼지고 마히 강을 곁에 하고 하늘을 지붕삼아 하룻밤을 쉬기 위해서 자리를 잡았다. 편안하다. 아무런 걱정이 없다.

다시 소치는 사람이 말한다.

내 아내는 온순하고 음란하지 않습니다.
오래 함께 살아도 항상 내 마음에 흡족합니다.
그녀에게 나쁜 점이 있다는 말도 듣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하늘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이의 대구로 부처님이 말씀하신다.

내 마음은 내게 순종하고 해탈(解脫)해 있다.
오랜 수양으로 잘 다스려졌다.
내게는 그 어떤 나쁜 것도 있지 않다.
그러니 하늘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소치는 사람은 아내가 음란하지 않고 어떤 나쁜 점도 없는 데 만족해 한다. 이에 비해 부처님은 오랜 수행을 통해서 해탈한 마음이 아무런 나쁜 점도 없이 순종하게 된 것을 만족해 한다. 아내의 순종과 마음의 순종과의 대비다. 만약에 어떤 사람이 "내 처자와 내 아랫사람들이 나에게 순종하지 않는다."고 불평한다면 부처님은 그에게 "그들을 순종 시킬 생각을 하지 말고 먼저 자기 마음이 자기에게 순종하도록 하세요."라고 말할 것이다. 내 마음의 순종·평화를 얻는 데 중요한 첫걸음이다.

다시 소치는 사람이 말한다.

나는 놀지 않고 내 힘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내 아이들은 모두 다 건강합니다.
그들에게 그 어떤 나쁜 점이 있다는 말도 듣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하늘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이의 대구로 부처님이 말씀하신다.

나는 누구에 의해서도 고용된 사람이 아니다.
스스로 얻은 것에 의해 온 세상을 거니노라.
남에게 고용될 이유가 없다.
그러니 하늘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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